
8월 첫 거래일, 국내 증시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습니다. 코스피는 5% 넘게 급락했는데 코스닥은 2% 넘게 오른 것입니다. 마침 며칠 전 시행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규제와 맞물리면서, "레버리지 제한이 코스닥 상승을 이끌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 가설을 근거와 반론을 나눠 차분히 검증해 봤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먼저 상황부터 정리하겠습니다.
8월 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38.00포인트(5.12%) 내린 6,257.45에 마감한 반면, 코스닥지수는 17.59포인트(2.44%) 오른 737.35로 장을 마쳤습니다. 코스닥에서는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지난 거래일 30% 안팎 올랐던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각각 8%대 급락하며 지수를 끌어내린 사이, 코스닥에서는 로봇과 제약·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인 것입니다. 대형주가 몰린 코스피와 중소형 성장주 중심의 코스닥이 정반대로 움직인, 이른바 '디커플링'이었습니다.
배경에는 규제가 있었습니다. 지난달 31일부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본예탁금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됐고, 대용증권도 인정되지 않게 됐습니다. 반도체 대형주에 쏠리던 투기적 자금의 문턱이 크게 높아진 것입니다.
가설을 뒷받침하는 근거
"레버리지 규제 → 코스닥 상승"이라는 가설은 시장의 주류 해석과 상당히 일치합니다. 근거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언론과 증권가 다수가 이 논리를 채택했습니다.
파이낸셜뉴스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기본예탁금 상향으로 반도체 대형주에 쏠려있던 자금이 코스닥으로 이동한 것"으로 풀이했고, 지난달 31일부터 예탁금이 상향되자 투자자들이 그동안 소외됐던 코스닥으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으로 봤습니다.
신한투자증권 강진혁 연구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등에 맞물려 수급과 재료에서 소외됐던 코스닥으로 자금이 유입됐다"고
진단했습니다.
둘째,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집니다. 규제 시행일(7월 31일)과 코스닥 강세 시작이 정확히 겹칩니다.
코스닥에서는 7월 31일에 이어 8월 3일까지 2거래일 연속 장중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습니다.
셋째, 오른 종목의 성격입니다.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6.29%) 같은 제약·바이오주와 레인보우로보틱스(+5.89%) 등 로봇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반도체 대형주와 무관한, 그동안 소외됐던 업종으로 자금이 향했다는 정황이 뚜렷합니다.
그런데, 조심해야 할 반론
여기까지만 보면 가설이 완벽해 보이지만, 반대 근거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회의적인 시각이 있습니다.
현대차증권 김재승 연구원은 레버리지 규제에 따른 코스닥의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레버리지 ETF에 투자하던 개인들이 코스닥 개별종목이 아니라 다른 ETF로 갈아타는 분위기라는 것입니다.
묶인 돈이 반드시 코스닥으로 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지적입니다.
정작 코스닥의 실제 유동성은 빈약했다는 점도 걸립니다.
같은 시기 코스닥 거래대금은 2개월 만에 60% 급감하며 연중 최저치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지수는 올랐는데 들어온 돈은 얇았다는 뜻이라, '자금 대이동'이라 부르기엔 근거가 약합니다.
무엇보다 더 큰 동인이 따로 있었습니다. 8월 3일 코스피 급락의 직접 원인은 레버리지 규제가 아니라, 직전 거래일 17.91% 폭등 이후의 차익실현과 외국인 매도였습니다. 코스피-코스닥 디커플링을 만든 1차 동력은 '반도체 대형주 되돌림'이고, 레버리지 규제는 그 빠져나온 자금이 코스닥으로 향하도록 물꼬를 튼 보조 요인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전자신문 등은 이를 레버리지 단독 효과가 아니라
반도체에 집중됐던 수급이 제약·바이오·로봇으로 이동하는 '순환매'로
표현했습니다.
한 겹 더 — '유입'이 아니라 '드레인 해소'
가설을 좀 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인과의 방향이 조금 달라집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그동안 코스닥에서 오히려 돈을 빨아들이던 '블랙홀'이었습니다. 출시 이후 자금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코스닥의 유동성이 고갈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보면 규제의 효과는 '코스닥으로 돈을 새로 밀어넣은 것'이라기보다, 그동안 코스닥에서 돈을 빼가던 흡입기를 껐더니 소외됐던 자금이 제자리로 돌아온 것에 가깝습니다. 가설의 방향(레버리지 규제가 코스닥에 우호적)은 맞지만, 메커니즘은 '유입 유도'보다 '드레인 해소'로 이해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결론 — 촉매는 맞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종합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레버리지 제한이 코스닥 상승의 촉매(방아쇠)였던 것은 맞지만,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규제가 대형주 쏠림을 완화하고 소외 자금의 물꼬를 튼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엔 반도체 차익실현이라는 더 큰 동력과 바이오·로봇의 자체 순환매, 그리고 '흡입기 제거' 효과가 함께 작용했습니다. 즉, '레버리지 규제 = 코스닥 상승'이라는 단선적 인과보다는, 규제가 촉발한 순환매의 한 축으로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습니다.
지속성은 아직 지켜봐야 합니다. 낙관론도 있습니다. 유안타증권은 레버리지 규제와 정책 동력이 그동안 과도했던 코스닥의 낙폭을 정상화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거래대금이 여전히 얇고, 반도체 대형주가 본격 반등하면 자금이 다시 코스피로 쏠릴 수 있다는 점은 변수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의 시사점은 분명합니다. 규제가 만든 이번 순환매가 코스닥의 '추세적 반전'인지, 아니면 대형주 조정기의 '일시적 반사이익'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코스닥 거래대금이 의미 있게 늘어나는지, 그리고 반도체 대형주가 안정을 찾은 뒤에도 코스닥 강세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본 자료는 공개된 시장 데이터와 언론 보도를 정리·분석한 정보성 콘텐츠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으로 달라질 수 있으며,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코스닥 #코스피 #레버리지규제 #순환매 #디커플링 #로봇주 #제약바이오 #반도체 #수급이동 #2026년증시